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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시내야 생일 축하해

by 풀꽃* 2022. 6. 25.

 

 

시내야 생일 축하해

많고 많은 날 중에 6.25의 꼬리표를 달고 태어나 6.25의 전쟁이 잊히지 않듯 

너의 생일은 기억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된단다.

아마 엄마가 나이 들어도 네 생일만은 기억할 거야.

 

네가 태어날 때도 장마철이라 비가 억수 같이 퍼부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비가 축복의 비인 것 같아.

엄마는 산통이 와 그 빗속을 뚫고 병원으로 가면서 아들이 있는데도 

이번에도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를 분만하고 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서운한 마음이었어.

그때는 왜 그런 마음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네가 딸이 아니고 또 아들이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너를 생각하면 잊히지 않는 게 있는데, 중고등학교 때 아침이면 주방에 나와

도시락 반찬 뭐 쌌나 엄마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보던 것 너도 생각나지?

친구들한테 과시하는 걸 좋아해 도시락 반찬에 관심이 많더니

결혼해서도 아이들 반찬만큼은 유독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

 

도현 아빠가 이번 생일엔 또 어떤 생일상을 차려 주었을까?

지난주 엄마 생일상 차리느라 애썼는데 주말에 연이어 생일상 차리느라 힘들었겠구나.

도현 아빠와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네가 한 말이 엄마는 아직도 생각난단다. 

토끼와 양은 풀밭에서 사이좋게 지내겠지 하더니

도현 아빠와 너는 찰떡궁합인, 네 살 차이로 소꿉놀이하듯 천생배필이란 생각이 든단다.

대학 졸업하고 일 년 후 결혼해서 지금까지 좋은 모습만 보여 줬으니 말이야.

 

엄마는 특별히 너희들한테 가정교육 한 번 하지 않았어도 너희들이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하는 걸 보면 산교육의 중요성을 느낀단다.

요즘 고부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부부가 많은데,   

너희들은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를 봐와서 그런지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잘하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흐뭇하단다.

요즘 친정 부모보다 시부모님 좋아하는 젊은이들 흔치 않은데, 화음 엄마도 너도

시부모님을 더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야.

너는 시댁에 형님이 있어도 네가 형님 몫을 도맡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단다.

엄마가 말 안 해도 네가 알아서 잘하고 있지만, 형님이 일은 잘 못 해도 윗사람이니까

형님 상처 안 받게 항상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는 거 명심하길 바라.

 

너희 가정에 딸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아들만 둘이라 서운할 것 같은데

아이들을 유독 좋아해 그걸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걸 보면 꼭 딸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화음이 예음이 자라는 걸 보면, 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든단다.

시내야 지난번 엄마 생일상 차리느라 수고 많았어!

너희 가정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2022년 6월 25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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