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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구스타프 말러

by 풀꽃* 2022. 8. 22.

 

 

오스트리아 작곡가 겸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는

시간에 쫓기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듣곤 한다.

감미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편안해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당시 빈 왕립 오페라단을 이끌던 구스타프 말러는 사교 모임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과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고혹적인 자태로 물러를 맞이한 여인의 이름은 "알마 신들러" 

많은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주변을 맴돌았다고 한다.

물론 구스타프 말러도 그중 한 명일 터. 저항할 수 없는 매력에 이끌린

구스타프 말러는 "알마 신들러"에게 편지를 건네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다.

"당신을 향한,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습니다.

너를 향한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참 낭만적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수많은 여인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이 읊조린 대사, "내 안에 너 있다"와 문장 구조가 유사하다.

구스타프 말러가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할까.

구스타프 말러는 알마 신들러를 유혹하는 과정에서 직업 정신을 십분 발휘했다.

교향곡 5번 4악장을 알마 신들러에게 헌정하면서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혼 후 구스타프 말러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장녀 마리아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난 데다 구스타프 말러 자신도

심장병 진단을 받는 등 비운을 겪게 된다.

 

이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운명의 태풍에 휘말린 구스타프 말러의 마음이

음악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일까?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의 선율은 유독 애틋하게 들린다.

구스타프 말러가 "알마 신들러"를 향한 이끌림과 복잡한 감정을 오선지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음표와 음표 사이에 기쁨과 애틋함과 근심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알마 신들러의 치명적 아름다움이 구스타프 말러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을까?
아니면 사랑에 눈먼 남자의 애절한 마음이 음악에 스며든 걸까?

볼륨을 높이며 구스타프 말러 특유의 어두운 낭만이 선사하는 위로와 감동을 음미해 본다. 

 

구스타프 말러는 1911년 2, 뉴욕에서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내막염이 걸려 발열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애 마지막이 된 공연을 마친 후

유럽으로 건너가 파리에서 치료를 받았지만결국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말러 자신의 요청으로 빈으로 옮겨진 후 1911년 5월 18, 5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세상을 떠난 딸의 묘가 있는 빈 근교 그린칭 공동묘지에 딸 옆에 안장되었다.

말러 사후 아내 알마는 1915년 바우하우스로 유명한 발터 그로피우스(1883~1969)와 재혼했으나 

5년만에 이혼했고 1929년 시인이자 작가인 프란츠 베르펠(1890~1945)과 재혼했다.
베르펠이 세상을 떠난 뒤에 미국으로 가서 살다가 1964년 85세에 세상을 떠났다.

-언어의 온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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