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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추석 단상

by 풀꽃* 2022. 9. 19.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행복을 가져다줄 때

     알 수 없는 희열이 온몸에 번진다. 

     추석을 한 주 앞두고 며느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다음 주 초반 월, 화, 수 시간 되세요?

     시간 되시면 함께 여행 다녀오려고 하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순간, 추석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며느리의 전화에 꿈인 듯 생시인 듯 

     어떤 답변을 주어야 할지 잠시 주춤했다.

 

     희수야, 그 때면 추석 전인데,

     다녀와서 시장 보고 추석 준비하려면 힘들 텐데 어떡하지? 했더니 

     "어머니 그럼 이번 추석은 간단하게 조금만 준비하세요." 한다.

     우리 집은 명절 당일은 아들 가족과 보내고, 딸들은 시댁에서  보내기에

     명절 다음 날 가족이 다 모이기에, 명절 다음 날이 더 명절 분위기가 난다.  

 

     희수야 그러면 추석 전에 가지 말고,

     추석 연휴에 가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어머니 그러면 좋지만,

     그때는 가족이 다 모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한다.

     추석 전에 가면 아이들 학교도 빠지게 될 텐데,

     너만 괜찮으면 추석 연휴에 가자고 했더니 어머니만 괜찮으시면 그렇게 하자고 해서

     추석 연휴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딸들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딸들은 여행 가는 우리보다 더 좋은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딸들은 명절에 시댁에서 종일 손님 치르고

     이튿날 친정에 오면 쉬고 싶은데, 또 주방에 들어가 거들어야 해서 피곤하기 때문이다.

 

     아들 가족과 여행지가 동선이면 차를 한 대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두 대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다기보다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하비 7인승 승합차 한 대로 가기로 했다.

     차에 케리어가 있어서 6인 가족이 가도 큰 불편이 없기에

    오히려 오가며 차에서 보내는 시간조차도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추석에 여행을 해 보니까 리조트는 식당이 있어 조식 뷔페에

     "추석 특선 음식"이 마련되어 있어 명절 분위가 나서 좋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사위 직장 "인재 개발 교육원" 숙소를 이용하기로 해서 

     식사를 하려면 차로 이동해야 해서 음식 몇 가지를 준비했다.

 

     아이들이 토란국을 좋아해 차돌양지를 푹 끓여

     토란 5Kg과 다시마를 넣고 토란국을 곰솥 가득 끓여 식혀서

     지퍼팩에 담아 냉동실에 얼리고

     단호박 샐러드와 LA갈비 재우고 우엉조림을 준비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은 연휴 기간이라 차가 정체될 것 같아 시간 절약을 위해

     건과류가 들어간 영양빵을 만들어 단호박 샐러드와 과일로 차에서 아침을 먹었다.

 

     가족 여행이라고 해도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차에서 오가는 시간하고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부였고,

     나는 사진에 목적을 두었기에 나만 따로국밥이 되어

     목적지에 내려주고 가족들은 인근에 있는 여행지에서 즐기다가

     시간 맞춰서 합류했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 불평 없이 즐거운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숙소에 테니스장이 있어 아침 일찍 남편과 테니스도 치고  

     마지막 날은 9시쯤 숙소를 퇴실해 오전 내내 가족이 테니스를 즐기다가

     고속도로는 차가 정체될 것 같아 국도를 이용했는데,

     차가 막힘 없이 원활하게 이어져 강남까지 정체 없이 왔다. 

 

     <에필로그>

     지난 구정 때만 해도 무릎이 안 좋아 명절 음식 준비할 때 힘들었는데

     그동안 무릎 강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요즘 무릎도 괜찮고 

     컨디션이 좋아 이번 추석엔 마음먹고 상차림을 제대로 하려고 

     메뉴까지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여행을 가게 돼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지만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며느리의 깊은 생각이 감동이었다.

     며느리는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항상 내 입장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기에

     이번에도 추석 연휴엔 가족이 다 모이기에 따로 시간을 가지려고

     추석 연휴 전에 여행을 하려고 했던 그 마음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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