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餘白)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채울 수 있기에
자신을 충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
가끔은 텅 빈 여백의 시간으로 그 어느 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감성에 따라 움직이고 싶다.
여백은 여유의 공간으로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잘 활용하면 더 빛날 수가 있다.
지혜도 여유로워야 나오고 글을 써도 여유로워야 좋은 글이 나오듯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주말 아침, 가을이어서 그럴까?
특별함이 없는데도 여느 때 하고 다르게
마음도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가을 하늘 같다.
이런 날은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감성에 젖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엔 이르고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8월,
베란다 화초를 스치고 거실로 들어오는 바람이 한층 더 감성을 자극한다.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테이블에 놓인 에세이집을 집어 들고
책갈피 끼어둔 곳부터 읽어 내려갔다.
같은 문장, 같은 단어인데도 오늘따라 더 깊이 있게 다가오고
센티 있게 느껴진다.
여백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까지도 자극한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게 있다면 바로 시간의 여유이다.
급할 때야 서둘러하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시간의 여유를 갖고 하기에
서둘러하는 것은 나 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가을이라서 그럴까?
컵만 바꿨을 뿐인데 물에서 가을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
변화는 그만큼 감성을 자극한다.
문득 얼마 전에 읽은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가을을 칭송하는, 릴케의 시가 떠올랐다.
가을은 문득문득 생각지도 않은 것들이 뇌리를 스친다.
나는 이 가을, 하얀 도화지에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스케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것이다.
오늘처럼 여백이 있는 날,
마음이 동요되는 대로 감성에 젖다 보면 내 마음은 우주이고 세계다.
야호!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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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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