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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선자령 心雪산행

by 풀꽃* 2013. 1. 10.

언제: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날씨:흐림

어디:선자령(1157m)

위치:강원도 평창

코스:대관령 옛 휴게소-새봉-선자령-대관령 옛 휴계소(원점회기 산행)

산행시간:여유있게 5시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14명

 

 

겨울이 짙어진 풍경 너머엔 온 세상이 하얗게 설국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어루만지는 숲은 눈길 두는 곳마다 하얀 풍경을 이루고 산객들을 불러들여 잠자고 있는 산을 깨운다.

 

백설이 막힘 없이 펼쳐진 풍경은 나뭇가지마다 은빛 날개를 달고 너울춤을 추어 길 따라서

걷다 보면 산객들도 덩달아 춤을 춘다.

날씨 또한 겨울 날씨답지 않게 숲 속에 온기가 감돈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눈산행인가!

포근한 안식처..

치명적인 매력 겨울산의 시작이다.

겨울산의 매력이 때로는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 가슴을 적신다.

겨울 산행이 춥기는 하지만 그 희열을 붙잡고 싶었다.

 

눈과 바람이 만든 풍경..

앙상한 가지에 눈으로 산은 다시 풍성해지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산행의 초입은 평탄한 숲길이다.

그 숲길을 가득 채운 것은 포실한 눈꽃들이다.

일년을 기다려 다시 산으로 돌아온 겨울은 그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이른 겨울부터

풍성한 눈꽃을 피웠다.

산이 내주는 풍경 속에 심신이 평온하다.

어제인 듯, 그제인 듯 매달아 놓은 꼬리표는 주인을 잃고 겨울을 맞는다.

자령은 산세가 순하면서도 높은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에 겨울에 더 사랑을 받는 산이다.

선자령 하면  풍력발전기가 떠오르는데 뿌연 산 안개로

그 많은 풍력발전기가 약간의 소음만 들릴뿐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강풍이 불면 소음이 요란해 공포가 몰려 올 만큼 요란하다고 하는데 그날 따라 바람까지 잔잔해

고요 속에 잠자고 있었다.

광활한 평원도, 풍력 발전기도 산 안개가 감추어 놓았다.

첫 겨울 산행에 들떠 가뿐한 걸음으로 앞서가는 이의 걸음을 쫓아 산을 오른다.

내 안에 갇혀 있는 숨을 꺼내 놓으며 자연에 물들어 간다.

나를 위해 자연이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침엽수를 제외하고는 나무들은 푸른잎 대신 백발을 이고 서있다.

아쉽게도 산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잠자는 산이 지금쯤은 하얀꿈을 꿀 것 같다.

산객들의 걸음소리에 겨울잠을 자고 있을 산이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난다.

줄지어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사진을 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산객들의 긴 행렬로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민폐가 될까 아름다운 풍경을 앵글에 담지 못하고 놓친 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동동거린 그 마음은 모두의 마음일거다.

시선을 들면 산이 펼쳐 놓은 꿈결같은 눈의 정원이다.

그 풍경을 찾아드는 사람들..

매년 겨울이면 선자령은 설경을 보러 오는 산객들로 북적인다.

전국에서 적설량이 가장 많은 곳이 대관령이다 보니 이곳 선자령은 겨울 산행지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곳은 허벅지까지 쌓여 있다.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 감출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은빛 설경의 아름다움이 행복함으로 고스란히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백두대간 종주길의 한 구간이기도 한 선자령 정상석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념촬영에 있어서 어느 누구도 한치의 양보가 없이 자칫하다가는 싸움까지 벌어질 지경이다.

그래도 어렵게 어렵게 기다려 기념촬영을 하였다.

눈 위에서 다들 쪼그리고 앉아서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는데

나는 하연 설경으로 배를 채우고 풍경을 하나라도 더 앵글에 담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놀린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서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가진 것 없이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1,000m를 넘어서면서부터 상고대가 피어난다.

공기 중의 수중기가 얼어 붙어 만들어진 상고대는 겨울산의 특별한 선물이다.

추운 겨울 칼바람을 이고도 산을 오르는 것은 이런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상고대가 피어나 은빛으로 피어나는 능선!

나는 그 길을 끝없이 걷고 싶었다.

상고대가 피어있는 길이 짧아 절경 속을 빠져나오는 게 아쉬워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뚱이로

아쉬움만 가득 안고 걸음을 옮긴다. 

 

산이 화려한 색을 벗고 맨얼굴을 한 겨울 산!

소박하면서도 찬란한 눈꽃으로 겨울 숲은 은빛 설원의 파노라마처럼 황홀하기만 하다.

천혜의 요새다.

겨울산이 너무 어두워 색칠을 하다 덧칠한 것이 하얗게 꽁꽁 얼어 붙었다. 

갈색의 나뭇가지에 눈으로 하얗게 덧칠을 했다.

백설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동화의 나라..

그 풍경 따라 얼룩진 마음이 하얗게 부풀어 오르고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산짐승이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선하고 고귀한 선물!

창조주 하나님께서 산자락에 빚어 놓은 솜사탕처럼 포근한 풍경은 걸어도 걸어도 더 걷고 싶은 마음이다.

 

겨울 산!

그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을 겨울에도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풍광을 펼치고 있다.

하얀 백설의 설원에서 가슴에 주름진 것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고 힘껏 달려간 만큼 되돌아오는 길은 마음속에 행복 나무를 하나 심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산이 내가 다가가는 속도 만큼 내게로 다가온다.

그 산은 오래오래 눈맞춤 하길 원한다.

일행들과 함께한 여정은 걸은 걸음 만큼이나 행복으로 채워지고 추억은 노을빛처럼 아련히 머문다.

산에서의 짧은 하루해가 달콤한 시간으로 저물어 간다.

 

아쉬운 게 있다면 시야가 흐려 조망을 볼 수 없었던 것과 산객들의 긴 행렬로

아름다운 풍경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스쳐 지나온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12월 15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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