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대둔산(878m)
위치:전북 완주, 충남 논산의 경계
코스:주차장-삼선계단-마천대-낙조산장-낙조대_용문골삼거리-용문공매표소'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32명
산처럼 포근한 안식처.
밤새 머물렀던 찬 기운이 물러서고 볕 좋은 아침 단잠이라도 잔 듯 티 없는 파란 하늘을 열어 놓으며 산객들을 반긴다.
그 산의 겨울을 보지 않고 누가 산을 말할 수 있고, 겨울을 말할 수 있을까?
눈과 구름은 하늘과 대지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나무는 눈꽃을 피워내며 그 계절을 사랑하고 있다.
대둔산 하면 봄엔 싱그러움 자체이고, 여름엔 짙푸른 녹음으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으며, 가을엔 단풍으로 황홀경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날 한 번쯤은 오르고 싶었던 산이었다.
대둔산의 그 치열한 겨울 속으로 들어가니 바람 따라 앙상한 나무들이 속살거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색색의 꽃들과 푸른 잎으로 가득하던 산은 맨몸으로 가릴 것 하나 없이 내리는 겨울을 고스란히 맞고 서 있다.
마치 이 겨울 하늘이 내려주는 하얀 옷을 입고 싶어 훌훌 벗어던지고 간곡한 염원을 하는 듯하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은 햇살과 바람만이 자유로이 들락거리며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걸음을 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속마음은 정상 부위에 하얗게 피어오른 눈꽃이 따스한 햇살에 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시간의 흐름이 지날수록 산은 가팔라지고 몸은 절로 휘어지고 그칠 것 같은 돌계단은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질긴 너스레를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힘이 솟는 건 한 걸음 한 걸음 오를수록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눈꽃이 마치 은빛 쟁반에 산호초를 심어 놓은 것 같다.
하얀 겨울 사냥하러 나온 포수처럼 눈이 두리번거려진다.
발길 닿는 풍경마다 눈길 마주하는 곳마다 힘겹게 오른 이의 위로처럼 선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듯이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눈꽃의 아름다움은 극치를 더한다.
산의 품이 넓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개의 얼굴을 감추고 있을 줄이야!
여기 툭, 저기 툭 던져 놓은 바위는 병풍 속에 산수화를 연상케 하고, 사다리차와도 같은 삼선계단의 아찔함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숨을 멎게 한다.
창조주만이 펼쳐낼 수 있는 자연의 예술품이다.
얼어붙은 눈발은 시린 허공을 비행하고, 하얀 설경에 취한 산객들은 환희의 찬 모습이다.
그리움으로 아련해진 시선이 그 풍경 속에 머문다.
오르지 않았더라면 놓치고 말 풍경들이 넘실댄다.
거칠었을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도 단단히 견뎌온 산!!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하얀 겨울이 경이롭게 고여있다.
걷기가 미안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니 숨이 멎을 것만 같다.
마치 천국을 걷고 있는 듯한 황홀경에 젖어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 아름다움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얀 나라, 동화의 나라, 천상의 낙원이 따로 있으랴.
아름다움의 극치는 침묵인 듯하다.
힐링이란 바로 이런 풍경 속에 있을 때를 두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인간이란 작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거대한 자연의 품속을 걷다 보면, 숲이 감춰둔 보석 같은 풍경처럼 내 영혼도 그렇게 물들 것이다.
하나하나 쌓아 올린 눈발이 눈꽃을 피워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스케치하며 경이롭고 황홀한 성찬을 펼친다.
가도 가도 목마르게 하는 산!!
산 위에 아름다운 삶이 있다, 그래서 삶을 위해 산을 오른다.
봄은 봄이라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 좋고, 가을은 가을대로 좋고, 쌀쌀맞기 그지없고 까칠하기만 한 겨울 산은 그래서 좋다.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일행들마저 놓쳐버리고 정상을 내려서면서 바쁜 걸음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노라면 초조함은 망각 속에 가둔 채 어쩔 수 없는 나의 본능은 다시 시작돼 드문드문 걸음을 멈추곤 한다.
정말 이런 풍경 앞에서는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
그 넓은 산의 품에 혼자라서 마음이 조급할 법도 한데 평온함이 감도는 건 자연과 함께 하기 때문일것이다.
조용히 자연을 음미하면서 산길을 걷는 것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그 풍경에 마주치는 사람들마저 자연의 일부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세상과 단절된 협곡 안에 자리한 또다른 세상!!
그 계절의 속도에 순응한채 자연은 하얀 보석처럼 숲을 빛나게 한다.
하산길로 들어서면서 하얀 터널을 빠져나와 가지와 잎새들이 걷힌 자리엔 계절이 빚고, 세월이 깍아 놓은 절벽들이 늘어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일행들을 모두 놓치고 뒤처져 마음이 바쁘다 보니 넘어지기 일수지만, 이것 또한 겨울 산행의 맛이고 멋일 것이다.
새장을 벗어난 새만이 자유로이 높이 날 수 있듯이 구속함 없이 비상할 수 있는 이 하루가 그저 감사할뿐이다.
찾을 수 있는 산이 거기 있고, 또한 찾아서 떠날 수 있는 내가 있으니 더없는 행복이다.
겨울산의 끝에서 하얀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산을 내려서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산에 들 생각을 하니 산을 내려서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3년 1월 26일..............산소녀.
♤게으름 피우다 늦은 후기 봄이 더 짙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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