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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772

초가을의 단상 한 뼘이나 짧아진 해, 처서가 지나면서 끈질기게 불을 지피던 더위도 계절의 순리에 따라 시나브로 초가을로 접어들었다. 여름내 가을을 동경했기 때문일까? 가을이 오기도 전에 마음엔 이미 가을꽃이 피었다. 아마도 가을은 푸르른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예시를 하면서 마음으로부터 가을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 같다. 가을의 문턱, 풀벌레 소리가 새벽녘 고요를 깨고 아침햇살을 타고 짙푸른 침묵이 시처럼 수필처럼 흐르고 있다. 신성한 아침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새하얀 화폭에 오늘은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설레는 아침이다. 바라건대 완성된 그림이 초가을, 때 묻지 않은 청아한 바람 같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써놓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써 내려가는 과정이기에 오늘은 초가을 숲을 만나고 싶어 숲으로 들어섰다. 숲은 아.. 2021. 9. 3.
여름 단상 여름의 끝은 어디일까? 입추와 말복이 지났어도 무심한 수은주 불기둥은 내려갈 줄 모르고 제자리에 멈춰 열기만 흩뿌린다. 이쯤에서 계절의 사잇길에 가을이 끼어든들 누가 뭐랄까? 열기라는 열기는 다 동원한 듯 코로나의 열기와 올림픽의 열기까지 더해 난데없는 최악의 여름이었다. 폭염으로 밤잠을 설치는 나날이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덥다고 푸념하기보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지내다 보니 더위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을 생각해서 칼슘 흡수율을 높여주기 위해 산책하기 좋은 그늘의 산책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을 받고 운동하면서 비타민 D가 내 몸에 형성된다고 생각하니까 더위를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하루하루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더위마.. 2021. 8. 20.
기도 기도 / 풀꽃 기도하다가 졸음이 와 기도 줄을 잃었다. 비몽사몽 기도 줄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은 찾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기도는 하늘로 오른 걸까? 나뭇가지에 걸린 걸까? 땅에 흘린 걸까? # 낮 시간에 산책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밤잠이 짧아 걸으면서 기도하다가 종종 졸 때가 있다. 기도하다가 가끔 졸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도는 해야 한다. 2021. 8. 18.
무명초의 꿈 무명초의 꿈 / 풀꽃 부평역 철로 옆 쉼 없이 지나가는 열차의 행렬에 소음과 열기에 밤잠 설치고 힘없이 몸을 지탱하고 있는 초록의 생명들. 저들의 꿈은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드넓은 평원지대에 보금자리 마련하는 게 소망이어서 밤마다 밤잠 설쳐가며 꿈을 꾼단다. 다음 생애만큼은 부디 그 꿈이 이루어져 너른 평원에서 나래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1. 8. 11.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 풀꽃 폭염에 잠 못 이루는 밤 매미와 새들도 폭염에 잠 못 이루는 걸까? 청청(淸淸)한 음률로 고요를 깨고 불면의 밤을 동승한다. 긴긴밤 시로 위안 삼으며 시 위에 시를 쓰다 보면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밤새도록 잠 못 이룬 매미와 새들은 비몽사몽 나와 해동갑할 것 같다. ※영상에서 말고, 컴퓨터에 장착된 볼륨을 최대한 크게 100까지 조절하시길 바랍니다. 2021. 8. 4.
폭염 폭염 / 풀꽃 어스름 새벽 며칠 전만 해도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밤하늘을 밝혔는데 머리 위에 떠 있는 달은 며칠 사이 폭염이 야금야금 깎아 먹어 이지러져 있다. 폭염은 앞으로도 알게 모르게 좀 먹듯이 달을 깎아 먹다가 입추(立秋)쯤에야 눈썹 모양의 그믐달을 보고서 스멀스멀 물러설 모양이다. 낮에는 해를 벗 삼아 끼니도 거르고 즐기다가 해 질 녘 동쪽 하늘에 달이 뜨면 폭염은 달을 깎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2021. 7. 30.
해바라기 해바라기 / 풀꽃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해만 바라보다 해를 닮았고 해를 바라보는 사이 키만 훌쩍 커 키다리 꽃이 되었다. 웃고 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웃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가 웃는 것은 속울음 짖다 까맣게 타들어 간 속내를 감추기 위해서다. 웃고 있다고 다 행복한 게 아니라고 해바라기는 말한다. 2021. 7. 28.
능소화 능소화 / 풀꽃 자존감 강한 능소화는 땅 위에 떨어져도 기품 있는 몸가짐으로 한 번 더 개화한다. 7월의 태양 아래 불을 지피다가 뚝뚝 떨어지는 것은 기다림의 꽃으로 남기 위함이다. 능소화는 억겁 세월이 흘러도 자존감의 꽃으로 하염없이 기다림의 꽃으로 존재할 것이다. 2021. 7. 16.
백련 백련 / 풀꽃 물속에서도 꽃은 피고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시궁창 속에서도 진흙에 물들지 않고 수줍은 미소로 뽀얀 속살 드러내며 초하(初夏)의 바람결에 하얗게 피어나는 백련. 맑디맑은 고결한 자태 백련을 보고서야 연꽃의 숭고함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갈고 닦아야 티 하나 없는 백련의 숭고함을 닮을까? 2021.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