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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778

삶의 흔적 삶의 흔적 / 풀꽃 꽉 찬 보름달에 숱한 사연은어디로 사라진 걸까?그믐달을 보고서야 삶이 고스란히 달 속에 있었음을 알았다. 보름달 안에 담겨 있던 삶의 흔적들은더러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더러는 하얗게 꽃을 피우고더러는 민들레 홀씨처럼 훨훨 날아어딘가에 꽃을 피울 것이다. 달도 비우는 연습을 하고나무도 내려놓는 연습을 하건만내 안에 쌓인 묵은 그리움은세월이 갈수록 똬리만 튼다.  -2021, 12, 2 적바림하다.- 2021. 12. 3.
향수(鄕愁) 향수(鄕愁) / 풀꽃 어스름 새벽누군가가 끓인 토장국이아파트 통로에 세월의 뒤안길로 착각할 만치토장국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불현듯 엄마 생각에 토장국이 아닌천국에 계신 엄마가 오신 듯했다. 늦가을 이맘때 김장 끝내고 아버지는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사그락사그락 새끼를 꼬고 계시면 엄마는 엄마의 살점까지 넣고 끓인구수한 토장국을 끓여 점심을 준비하셨다. 그 어디에도 없을 토장국어릴 적 그 맛이 세월의 강을 건너이 아침 아파트 통로에  엄마가 토장국으로 오셨다. -2021, 11, 29 적바림하다.- 2021. 11. 30.
천국의 계단 천국의 계단 / 풀꽃 지하철 4번 출구바라만 봐도 헉 소리가 날 것 같은가파른 계단누구에게는 죽음의 계단일 것이고누구에게는 천국의 계단일 것이다. 오르기만 하면 건강이 보장되는 것을여름엔 덥다는 이유로겨울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의 핑계로천국의 계단을 외면하다. 간간이 계단을 오르는 이들은그 기쁨을 알기에 걸음조차도 사뿐하고 미소가 번진다. 가파른 계단은 십자가의 길만큼이나쉽지 않기에녹록지 않은 순례자의 길과도 같다.   -2021, 11, 25 지하철 안에서 적바림하다.- 2021. 11. 29.
첫사랑의 기억처럼 첫사랑의 기억처럼 / 풀꽃 가을도, 겨울도 아닌어중간 한 어느 날 오후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입자가바람에 실려 허공을 배회하다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雪이라 하기엔 무색할 만큼 희뿌연 가루가 첫사랑의 희미한 기억처럼. 첫雪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마음만 흔들어 놓고아련한 첫사랑의 그날처럼 기약도 없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2021, 11, 23 적바림하다.- 2021. 11. 23.
안개 안개 / 풀꽃 어스름 새벽 간밤에 산이 실종됐다.산만 실종된 게 아니고시간마저 삼켜버려 암흑의 세계. 혼돈 속에 갇혀있는 세상은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만 어렴풋이 안갯속에 드러나고형체는 안갯속에 갇혀 거북이걸음질을 친다. 고요와 정적이 흐르는 그 길엔클랙션 소리만 정적을 깨고몽환의 하루를 연다.   가을 털어 내는 날그대 안에 있는 상흔도 안갯속에 갇혀 날개를 접었으면 좋겠다. -2021, 11, 20 적바림하다.- 2021. 11. 22.
추석 단상 언제나 그렇듯이 명절이 돌아오면 보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침구류부터 세탁하고 거실 카펫까지 손세탁으로 끝내고 냉장고 청소와 집안 곳곳을 살피며 대청소에 들어간다. 거실 카펫이 면으로 된 아이보리색 카펫인데 세탁소에 맡기면 집에서 세탁한 것처럼 깨끗하지가 않아 반으로 접어 욕실 바닥에 깔고 세제를 풀어 솔로 박박 문질러 빨면 새로 산 카펫처럼 뽀얗게 윤기가 나 힘은 들어도 늘 그렇게 세탁하고 있다. 그렇게 세탁한 카펫은 가을 햇볕에 보송보송하게 말려 더럽혀 질까 봐 바로 깔지 않고 접어 났다가 명절 전날 깔아 놓는다. 그다음 명절 음식 메뉴를 정하고 메뉴에 들어갈 재료를 메모하는데 메뉴만 정해져도 20%는 일이 끝난 것 같아 홀가분하다. 일주일 정도 앞두고 김치(포기김치, 오이소박이, 백김치)를 담그고 .. 2021. 9. 23.
초가을의 단상 한 뼘이나 짧아진 해, 처서가 지나면서 끈질기게 불을 지피던 더위도 계절의 순리에 따라 시나브로 초가을로 접어들었다. 여름내 가을을 동경했기 때문일까? 가을이 오기도 전에 마음엔 이미 가을꽃이 피었다. 아마도 가을은 푸르른 하늘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예시를 하면서 마음으로부터 가을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 같다. 가을의 문턱, 풀벌레 소리가 새벽녘 고요를 깨고 아침햇살을 타고 짙푸른 침묵이 시처럼 수필처럼 흐르고 있다. 신성한 아침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새하얀 화폭에 오늘은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설레는 아침이다. 바라건대 완성된 그림이 초가을, 때 묻지 않은 청아한 바람 같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써놓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써 내려가는 과정이기에 오늘은 초가을 숲을 만나고 싶어 숲으로 들어섰다. 숲은 아.. 2021. 9. 3.
여름 단상 여름의 끝은 어디일까? 입추와 말복이 지났어도 무심한 수은주 불기둥은 내려갈 줄 모르고 제자리에 멈춰 열기만 흩뿌린다. 이쯤에서 계절의 사잇길에 가을이 끼어든들 누가 뭐랄까? 열기라는 열기는 다 동원한 듯 코로나의 열기와 올림픽의 열기까지 더해 난데없는 최악의 여름이었다. 폭염으로 밤잠을 설치는 나날이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덥다고 푸념하기보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지내다 보니 더위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을 생각해서 칼슘 흡수율을 높여주기 위해 산책하기 좋은 그늘의 산책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을 받고 운동하면서 비타민 D가 내 몸에 형성된다고 생각하니까 더위를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하루하루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더위마.. 2021. 8. 20.
기도 기도 / 풀꽃 기도하다가 졸음이 와 기도 줄을 잃었다. 비몽사몽 기도 줄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은 찾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기도는 하늘로 오른 걸까? 나뭇가지에 걸린 걸까? 땅에 흘린 걸까? # 낮 시간에 산책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밤잠이 짧아 걸으면서 기도하다가 종종 졸 때가 있다. 기도하다가 가끔 졸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도는 해야 한다. 2021.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