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숲778 무명초의 꿈 무명초의 꿈 / 풀꽃 부평역 철로 옆 쉼 없이 지나가는 열차의 행렬에 소음과 열기에 밤잠 설치고 힘없이 몸을 지탱하고 있는 초록의 생명들. 저들의 꿈은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드넓은 평원지대에 보금자리 마련하는 게 소망이어서 밤마다 밤잠 설쳐가며 꿈을 꾼단다. 다음 생애만큼은 부디 그 꿈이 이루어져 너른 평원에서 나래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1. 8. 11.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 풀꽃 폭염에 잠 못 이루는 밤 매미와 새들도 폭염에 잠 못 이루는 걸까? 청청(淸淸)한 음률로 고요를 깨고 불면의 밤을 동승한다. 긴긴밤 시로 위안 삼으며 시 위에 시를 쓰다 보면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밤새도록 잠 못 이룬 매미와 새들은 비몽사몽 나와 해동갑할 것 같다. ※영상에서 말고, 컴퓨터에 장착된 볼륨을 최대한 크게 100까지 조절하시길 바랍니다. 2021. 8. 4. 폭염 폭염 / 풀꽃 어스름 새벽 며칠 전만 해도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밤하늘을 밝혔는데 머리 위에 떠 있는 달은 며칠 사이 폭염이 야금야금 깎아 먹어 이지러져 있다. 폭염은 앞으로도 알게 모르게 좀 먹듯이 달을 깎아 먹다가 입추(立秋)쯤에야 눈썹 모양의 그믐달을 보고서 스멀스멀 물러설 모양이다. 낮에는 해를 벗 삼아 끼니도 거르고 즐기다가 해 질 녘 동쪽 하늘에 달이 뜨면 폭염은 달을 깎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2021. 7. 30. 해바라기 해바라기 / 풀꽃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해만 바라보다 해를 닮았고 해를 바라보는 사이 키만 훌쩍 커 키다리 꽃이 되었다. 웃고 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웃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가 웃는 것은 속울음 짖다 까맣게 타들어 간 속내를 감추기 위해서다. 웃고 있다고 다 행복한 게 아니라고 해바라기는 말한다. 2021. 7. 28. 능소화 능소화 / 풀꽃 자존감 강한 능소화는 땅 위에 떨어져도 기품 있는 몸가짐으로 한 번 더 개화한다. 7월의 태양 아래 불을 지피다가 뚝뚝 떨어지는 것은 기다림의 꽃으로 남기 위함이다. 능소화는 억겁 세월이 흘러도 자존감의 꽃으로 하염없이 기다림의 꽃으로 존재할 것이다. 2021. 7. 16. 백련 백련 / 풀꽃 물속에서도 꽃은 피고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시궁창 속에서도 진흙에 물들지 않고 수줍은 미소로 뽀얀 속살 드러내며 초하(初夏)의 바람결에 하얗게 피어나는 백련. 맑디맑은 고결한 자태 백련을 보고서야 연꽃의 숭고함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갈고 닦아야 티 하나 없는 백련의 숭고함을 닮을까? 2021. 7. 14. 연꽃 연꽃/ 풀꽃 물속에서도 꽃은 피고 시궁창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연꽃이 그냥 핀 것 같지만 저절로 꽃이 필 리가 없다 그 안에 햇살 한 줌, 구름 한 운량 비바람 한 바가지 뒤집어쓰고 초하(初夏)를 바라봄이다. 연꽃이 그렇듯이 저 혼자 피는 꽃은 없다 모든 꽃은 저 혼자 핀 것이 아니라 우주가 피운 것이다. 2021. 7. 12. 안개꽃 안개꽃 / 풀꽃 안개꽃의 전생은 천사였을까? 평생을 조연으로 주연을 빛나게 하는 티 하나 없이 눈부신 그대는 하늘이 내린 수호천사. 어느 꽃이든 낯가림 없이 조화를 이뤄 주연을 빛나게 하고 더불어 빛을 발하는 그대 안개꽃이 만인의 찬사를 받는 이유도 주연을 세워주는 겸허함이다. 조연이 없으면 주연도 없듯이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홀로는 빛을 발하지 못하듯이 누군가가 배경이 되어 줄 때 마침내 향기로운 꽃이 됨이라.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아가서 2:1- 2021. 6. 21. 산안개 산안개 / 풀꽃 산이 안개를 품은 걸까? 안개가 산을 품은 걸까? 산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안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하다가 비가 그치자 스멀스멀 너스레를 떨며 통째로 삼켜버린 푸른 산을 토해내며 짐을 꾸린다. 안개 속에 갇혀 있는 산은 단잠을 잔 듯 짙푸른 색으로 속살까지 드러내며 유월의 진면모를 드러낸다. 2021. 6. 16. 이전 1 ··· 4 5 6 7 8 9 10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