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62 몽환의 아침 새벽은 안개를 품고 안개는 가을을 감싸 안고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며 수없이 그렸다 지웠다 반복한다. 신기루 같은 물안개 피어나니 선경이 펼쳐지듯 은빛 너울을 그려 놓고 먼 산은 안개에 싸여 물속에 잠긴 산이 되었고 새벽의 작은 섬들은 안개에 선잠을 잔다. 안개가 짙어질수록 풍경은 베일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는 스러져 썰물이 빠져나가듯 빠져나간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베일을 쓰고 안개 속을 걷는 것이다. -2021, 11, 1 문광저수지- ^^^^^^^^^^^^^^^^^^^^^^^^^^^^^^^^^^^^^^^^^^^^^^^^^^^^^^^^^^^^^^^^^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나이다. -시편:4-7 2021. 11. 8. 가을 愛(3) 햇볕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구절초가 서럽도록 눈이 부시다. 서성이는 여심 바람에 흔들지언정 가을 들녘에서 구절초가 못내 아쉬워 여민 가슴으로 서성인다. 꺾일 듯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파란 하늘 머리에 이고 바람의 언어로 시를 쓴다. -갯골 가을 들녘에서- ^^^^^^^^^^^^^^^^^^^^^^^^^^^^^^^^^^^^^^^^^^^^^^^^^^^^^^^^^^^^^^^^^^^^^^^^^^^^^^^^ 나의 사랑하는 자야 너는 어여쁘고 화창하다 우리의 침상은 푸르고 우리 집은 들보, 잣나무 서까래로구나 -아가서 1:16, 17- 2021. 11. 3. 바람이 지나간 길을 따라 바람이 지나간 길을 따라 꽃길로 들어서니 꽃들은 여름내 꽃 꿈을 꾸다가 가을이 돼서야 잠에서 깨어 꽃으로 피어난다. 꽃은 무언의 언어로 꽃 시를 쓰며 꽃은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을 거리로 채우고 마음과 마음 사이 여백을 사랑으로 채우고 꽃을 바라보는 얼굴엔 꽃보다 고운 미소가 번진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여름을 견뎌낸 기다림의 미학이다 오늘만큼은 대지도 하늘도 나도 다 가을이다. -2021, 10, 9 양주 나리공원 천일홍- ^^^^^^^^^^^^^^^^^^^^^^^^^^^^^^^^^^^^^^^^^^^^^^^^^^^^^^^^^^^^^^^^^^^^^^^^^^^^^^^^^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2021. 10. 18. 출구 없는 미로 핑크빛 아련한 빛 길게 뻗어 나간 줄기 안개인 듯, 꿈인 듯 몽환적으로 줄기줄기 이어져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겹치고 겹쳐 미로 속을 헤매듯 아련한 빛으로 어려 있다. 인생길이 순탄한 핑크빛이면 좋겠지만 꽃길로 시작해 가다 보면 거친 길도 만나고 때로는 돌밭도 만나고 험한 풍랑도 만난다. 우리가 가는 길엔 다양한 길이 있지만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길은 사랑의 길이다. -2021, 10, 9 양주 나리공원- ^^^^^^^^^^^^^^^^^^^^^^^^^^^^^^^^^^^^^^^^^^^^^^^^^^^^^^^^^^^^^^^^^^^^^^^^^^ 그리스도의 사람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죽어야 합니다. -故 주기철 목사- 2021. 10. 15. 지지 않고 피는 가슴꽃 내 나이 아홉 살 되든 해 소슬바람 부는 어느 가을날 산기슭 어귀에 함초롬히 핀 구절초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래살래 손사래 치며 제발 나를 꺾지 말아 주세요 애원하는 구절초. 지금도 눈 감으면 아스라이 떠오르는 그날의 가슴 아픈 상념 동심 속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가을만 되면 가슴앓이를 하며 꽃으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계절도 나도 이젠 여름옷 벗고 가을로 들어선다. #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 시기에 채취할 때에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한다. 내 나이 아홉 살 되든 해 음력 9월 9일 9시에 구절초를 뜯어 약으로 사용하면 효험이 있다고 해서 엄마 따라 구절초를 뜯으러 가서 한가득 뜯었다. 지금도 구절초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릿하다... 2021. 10. 13. 두물머리 소경 ▲400년의 세월을 지켜온 거목은 초가을 푸른 실루엣을 드리우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언제부터 생을 마감한 나무인지 몰라도 사람들의 손때에 세월의 빛이 반짝인다. ▲늦깎이 백련의 마지막 한 송이가 겸연쩍게 피어나 수줍은 듯 연잎에 몸을 감춘다. ▲다섯 그루의 나무가 오중주를 하듯 푸른 빛으로 강가에 기립해 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주말, 혹시나 강에서 사고가 날까 봐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헬기가 수시로 강 위를 주시한다. ▲두물머리 사색의 길을 걷고 돌아가는 가는 걸음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실려 있을 것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 강을 이루고 강물은 멈춘 듯, 흐르는 듯 정처 없는 시간이 수면 위로 아스라이 흐르는 한낮 고요가 내려앉은 강가엔 마음마저 차분히 가라앉아 깊은 상념에 .. 2021. 10. 8. 해바라기의 비애(悲哀) 해만 바라보다 해를 닮았고 목 길게 빼고 해만 올려다 보다 키만 훌쩍 자랐다. 온종일 뙤약볕에 해만 바라보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도 웃어야 하는 해바라기의 운명을 그대는 아는가? 심지 깊은 해바라기는 울고 싶어도 낮에는 못 울고 어둠이 내리면 밤새도록 별을 보며 울다가 해가 뜨면 다시 가면을 쓰고 온종일 웃는다. -남양주 삼패공원- ^^^^^^^^^^^^^^^^^^^^^^^^^^^^^^^^^^^^^^^^^^^^^^^^^^^^^^^^^^^^^^^^^^^^^^^^ 그리스도의 사람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축어야 합니다. -故 주기철 목사- 2021. 9. 29. 지지 않고 피는 가슴꽃 여름내 꽃꿈을 꾸던 백일홍이 가을이 되니 저마다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맑은 선율로 가을을 노래한다. 지지 않고 피는 가슴꽃 백일홍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바람도 쉬어 가고 길손도 쉬어가는 가을 문턱 낮은 키의 백일홍이 꼿꼿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햇볕과 마주한 모습의 찬사를 보낸다. 오늘만큼은 대지도 하늘도 나도 청명한 가을이다. -남양주 삼패공원- ^^^^^^^^^^^^^^^^^^^^^^^^^^^^^^^^^^^^^^^^^^^^^^^^^^^^^^^^^^^^^^^^^^^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하박국 3:18 2021. 9. 27. 푸르른 날에 성근(性根) 유월 대지도 하늘도 온통 푸르러 바람이 지나간 길을 따라 호수로 들어서면 나무와 나무 사이 여백을 고요로 채우고 능수버들의 푸른 침묵이 시처럼 수필처럼 흐른다. 푸르름이 좋아 한달음에 달려간 곳 바람에 빗질을 한 능수버들의 유연한 춤사위는 푸른 생애를 활보하며 초하(初夏)의 여름 한때를 열락(悅樂)의 무아지경에 취해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시간이 정지된 듯 열애(悅愛)에 빠져 굶주린 영혼을 자연의 기운으로 채우고 다시 일상으로 들어선다. -2021, 6, 24 방화수류정-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사람으로 생명으로 이르게 하는 것이라 경외하는 자는 족하게 지내고 재앙을 당하지 아니하느니라. -잠언 19:23- 2021. 6. 28. 이전 1 2 3 4 5 6 7 다음